근래 살이 많이 쪄서 거울을 잘 보지 않다가,
문득 어제 저녁 샤워 후 본 내 모습이 세월을 정면으로 맞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슬픈 감정을 느끼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뭔가 나도 어른들이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 " 나도 어릴 땐 봐줄만 했는데..."와 같은 말을
언젠가 나도 모르게 읊조리게 될까 사뭇 긴장하고 있다.
또한 근래 들어 가장 크게 느끼는 건,
변하지 않을 것 같던 나의 모습이 조금씩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흔히들 말하는 '외동'의 모습(호불호를 떠나서)이 나에게도 있음을 '지금에라도'인지하게 되었다.
가령,
예전 근무지들은 부서별로 공간이 독립적으로 나뉘어져 있고,
업무를 하는 대상도 한정적이었던 반면에,
지금은 칸막이도 없는 오픈된 공간에서 나보다 더 높은 직급의 사람들을 상대하니
자연스레 '나를 한 번 접고 들어간다.'라는 개념을 무려 '학습'하게 되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는 내 사수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로 말하자면, 하...나와 많이 다르다.
말하는 것을 즐기고(본성), 타인을 배려하려 노력하는(본성+학습)사람이다.
즉, 타인에게 크게 나쁜 말을 하지 못 하는 사람이다.
(머리가 아주 비상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할 말을 안 하는 사람도 아니다.)
이는 내가 기존에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는 전혀 반대이다.
(물론 업계가 달라서 오는 차이도 있다.)
예전에 나라면,
업무적으로 상대방이 당연히 해줘야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거나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상대를 KO 시키고도 숨이 끊어지는 것 까지 확인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수의 성향으로 인해 나의 특성이 뭔가 중화가 된 거 같다.
(물론 중화는 내가 그에게 마음을 열고, 그것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중화가 됐을 것이다.
그와는 달리, 바로 앞전 사수는 정말...아오~~~내 뒷목..)
아직 이런 변화에 대해 긍부정의 판단을 내리기는 이르지 싶다.
또 굳이 그런 판단을 내려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오오오! 예전에 나라면 판단내리길 좋아했을 거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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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기간 해외생활을 해오면서 한국귀국에 관한 생각을 크게 해본적이 없다.
판단을 항상 유보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아마도 심적으로의 큰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을 스스로가 너무 잘 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얼마 전, 얼굴도 한 번 본 적 없는 협력업체 차장이 마흔을 갓 넘긴 나이에
아직 초등학교도 입학하지 않은 어린자식 3명을 두고 뇌출혈로 세상을 등지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흔들린다.
죽으면 다 무슨소용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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